Login

한달 2㎏ 설탕 빠진다?··· 요즘 뜨는 당뇨 치료제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3-06-22 09:16

혈액서 포도당 빼내 소변으로 배출
국내 제약사 복제약만 100개 넘어


국내 당뇨병 환자는 최근 급속히 늘면서 526만명이나 됐다(2020년 조사 기준). 당뇨병 진단 기준인 공복 혈당 126(mg/dl)을 넘거나, 혈당관리 지표 당화혈색소가 6.5%를 넘거나, 현재 당뇨병 약제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을 집계한 결과다. 이제 고혈당은 한국인 건강 최대 이슈다.

이 상황에서 당뇨병 치료제 3가지가 혈당 관리에 맹활약하고 있다. 메트포민은 맏형으로서 포도당 생산을 억제하여 혈당을 떨어뜨리는 약물로 20세기 중반부터 쓰였다. 최근에는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여 당뇨병 없는 사람도 찾아 먹기도 한다. DDP-4 억제제는 2000년대 중반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작용을 늘려 각광받았다.

그래픽=양인성
그래픽=양인성

여기에 더해서 10년 전에 등장한 SGLT-2 억제제가 현재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고혈당 관리뿐만 아니라 심부전 치료, 만성 신부전 예방, 고혈압 저하, 체중 감소 효과 등으로 쓰임새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계에서는 1980년대 말에 등장해 심혈관질환 주범 고(高)콜레스테롤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스타틴 약물에 빗대어, SGLT-2 억제제를 21세기 스타틴으로 칭송하고 있다. SGLT-2 억제제는 약물 작용 기전에서 따온 이름으로, 상품명은 포시가, 자디앙, 슈글렛 등이다.

당뇨병은 혈액 속에 포도당이 넘쳐서 소변으로 배출되기에 오줌에 당이 있다고 하여 당뇨병이다. 하지만 인류는 수십만 년을 기아 속에서 살아 왔기에 세포 에너지원인 혈당을 어떻게든 몸에 갖고 있도록 진화해 왔다. 그래서 신장은 피를 거르는 투석 과정에서 소변으로 빠져 나가는 포도당을 신장 조직 말미(근위뇨세관)에서 대거 재흡수한다.

그 역할을 SGLT-2라는 효소가 하는 데, 그 기능을 못 하게 막은 게 SGLT-2 억제제이다. 포도당이 재흡수되는 것을 막고, 혈액에서 빼내서 소변으로 배출시킨다. 하루 평균 약 70g의 포도당이 소변으로 빠진다. 한 달에 약 2kg의 설탕이 몸에서 빠져 나가는 셈이다. 그 효과로 체중이 2~3kg 준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 약이 처음 등장했을 때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본래 신장 기능을 못 하게 하면 신장 기능이 망가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되레 신장의 고단한 수고를 덜어주니 신장 기능이 좋아지는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며 “말 그대로 당뇨를 만들어서 당뇨병을 고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당뇨병약 SGLT-2 억제제는 지난해부터 심부전 공식 치료제로도 등극했다.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당뇨병과 심부전이 같이 있던 환자들이 당뇨병 때문에 이 약을 먹었는데, 심부전도 좋아지는 것이 발견되어 이제는 심부전만 있는 환자에게도 이 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SGLT-2 억제제는 다국적 제약회사가 개발한 약이다. 올해 오리지널 특허가 풀리면서 복제약을 만들 수 있게 됐는데, 국내 제약회사가 만드는 복제약이 100개가 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만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다만 SGLT-2 억제제를 복용하면 소변의 포도당 농도가 높아져 포도당을 좋아하는 세균의 번식으로 간혹 요로 감염이나 요도 주변이 가려울 수 있다. 조영민 교수는 “혈당은 세포 엔진을 돌리는 일종의 휘발유인데, 이 약이 포도당 대사 효율을 높이는 역할도 해서 고급 휘발유가 늘어나는 셈”이라며 “환자 상태 따라 다양한 약제와 조합해 쓰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국내 연구팀 5년간 4600명 조사
▲Getty Images Bank정상 체중인 고령자에게 체중이 준다면 치매 발생 위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서울시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준영, 김근유, 세브란스병원...
▲Getty Images Bank잦은 음주가 50세 미만 ‘젊은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신철민 교수 연구팀은 젊은 대장암 발병 요인을 파악하고자,...
척추관 협착증 환자 A씨. 다리 신경이 튀어나온 척추뼈에 눌려서 걸을 때마다 다리에 통증이 왔다. 진통을 위해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가 신경통약과 염증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그러다...
혈액서 포도당 빼내 소변으로 배출
국내 제약사 복제약만 100개 넘어
▲사진출처= Getty Images Bank국내 당뇨병 환자는 최근 급속히 늘면서 526만명이나 됐다(2020년 조사 기준). 당뇨병 진단 기준인 공복 혈당 126(mg/dl)을 넘거나, 혈당관리 지표 당화혈색소가 6.5%를...
▲사진출처= Getty Images Bank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가 줄어든 사람은 앉아 있는 시간이 크게 늘어난 사람에 비해 심뇌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이순영...
박상철 전남대 연구석좌 교수는 한국 100세인 연구 창시자이자 장수 의학 석학이다.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에서 27년간 세포 노화 연구에 매진하다, 2000년대 초반 고령사회연구소를 통해...
▲사진출처= Getty Images Bank사과나 감자만 먹는 원 푸드(one food) 다이어트, 고기만 먹는 황제 다이어트, 공복 시간을 늘리는 간헐적 단식, 특정 시간대에만 식사를 하는 시간 제한 다이어트 등...
10년간 한국인 수면 특성 분석
▲잠을 적게 자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크다. / 게티이미지뱅크잠을 적게 자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크게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순천향대 부천병원 신경과 윤지은, 분당서울대병원...
소식해야 수명이 늘어나기 때문에 장수하려면 적게 먹어야 한다는 말이 강조됐다. 소식하면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 생산이 줄어, 수명이 늘어난다는 원리다. 쥐 실험을 통해 칼로리...
‘발뒤꿈치 떨어뜨림 체조’ 뼈 튼튼해지고 혈당도 뚝
나가노현이 건강 수명 일등이 된 데는 3가지가 꼽힌다. 첫째는 식생활 개선이다. 칼슘이나 비타민 D를 많이 포함한 우유나 유제품, 해산물, 콩류 등을 적극적으로 섭취하도록 했다. 둘째는...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 헬스 이슈]
심근경색증 새벽·아침 많이 발생
숨 가빠지면서 뒤척일 수 있으나
혼자 수면 중엔 못 깨어날 수도
▲고인이 된 가수 현미씨가 지난달 16일 광주 북구 행복어울림센터에서 열린 ‘토끼띠 독거 어르신 합동 생신 잔치’에 참석해 노래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가수 현미(85)는 별세 전날인 3일...
일본·이탈리아 100세 이상 초장수인 특징 살펴보니
▲사진출처= Getty Images Bank평균수명이 80세 넘는 나라가 한국(83.6세)을 포함, 30여 국에 이르고, 각 나라마다 100세 넘게 사는 초장수인이 늘면서 백세인 특징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잇따르고...
당뇨병 치료·예방 연구 결과 속속 나와
▲출처= Getty Images Bank당뇨병 전(前)단계에 있는 사람이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저(低)탄수화물 식이를 하면 당뇨병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뉴욕대 박사가 만든 치매의 척도
흔히 노인성 치매로 불리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악화되는 질병이다. 사람마다 발병 시점도, 악화 속도도, 증세도 다르다. 그러나 정상 인지 기능 상태에서 심각한...
약 하나만 먹으면 암이 예방되고, 노화도 천천히 일어난다면, 삶이 얼마나 편할까. 누구나 ‘장수 약’을 고대하지만 현실에는 없다. 그 꿈에 비슷하게 접근하는 후보 약이 최근 등장하고...
서울대병원서 동영상 보급… SNS에 젊은층 댓글 “덕봤다”
어깻죽지와 고개를 뒤로 젖힌 상태를 5초간 유지하는 이른바 ´매켄지(Mckenzie) 체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보는 사람이...
한림대 조정진 교수팀 연구
[한국] 우리나라는 건강에 별 지장이 없는, 약간 뚱뚱한 사람들까지 불필요하게 비만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으니, 한국인 비만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한림대...
주말에 푹 자도 해소 안돼
당뇨병 환자가 하루 8시간 기준으로 30분만 잠이 부족해도, 병이 악화되고 비만에 걸릴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이 부족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이 신체대사에 악영향을 미치기...
손씻기·입 가리고 기침·마스크·목도리·익혀 먹기…
겨울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플루엔자 독감은 유행 경보를 앞두고 있고, 추운 날씨에도 죽지 않는 노로 바이러스는 이곳저곳에서 식중독을 일으키고 있다. 바이러스를 이기는...
환자 맞춤형 치료법 개발중...톰슨 로이터가 수상 점쳐
올해 유력한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 거론됐던 한국계 캐나다인 찰스 리(Charles Lee·한국명 이장철·45·사진)가 아쉽게도 수상하지 못했다. 찰스 리는 현재 유전체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인...
 1  2